"밥 같은 시(詩)를 쓰고 싶다" 서숙희(1959~ )

천줄기바람 2010. 1. 18. 18:34

흐릿한 상(像) 하나를 붙들고 시름하는 밤

밤은 깊어가고 시의 문전은 멀고도 높은데

허기만 둥굴게 부풀어

밥 생각이 간절하나

 

뜨거운 물과 불을 거쳐 쌀은 밥이 된다

으스러져라 서로를 처절하게 껴안고

온전히 익고 익어서 눈부시게 엉긴 살점들

 

시린 공복의 손으로 밥솥을 열때 만나는

저 지순하고 뜨거운 한 사발의 찰진 욕망

 

그득히 고봉으로 퍼 담는

아, 밥 같은 시 쓰고 싶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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